궁중사극도 영웅사극도 아닌 길바닥 사극 추노(推奴)
기존의 사극을 보면 권력을 잡기위해 중신들의 박터지는 싸움을 중심으로 한 궁중사극이나 비범하고 의롭고 정의로운 영웅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한 영웅사극이 태반이었습니다. 얼마전 막을내린 "선덕여왕"이나 "태왕사신기","이산"등...무수한 사극들이 그러했습니다. 그러던중 KBS사극 추노(推奴) "역사가 담지 못한 조선최대의 노비 추격전" 라는 타이틀로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추노:노비를 추격하는 자" 제목만 보았을때는 뭔 드라마가 힘도없고 가진것도 없는 노비를 좇는 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나 했었는데 차츰 회를 넘기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 였습니다. 추노의 기획의도를 찾아보니 생각지 못한 제작진의 메시지를 알수 있게 되었습니다.
추노(推奴)의 기획의도 (http://www.kbs.co.kr/drama/chuno/about/plan/index.html)
왜 지금 우리는 '도망 노비'를 말하려는가?
불과 몇 백년 전,
화폐가치로 계산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었던 이들은
유사시엔 사고 파는 것은 물론, 선물로 주기도 했고, 버릴 수도 있었다.
물건과 딱히 다르지 않은 대우를 받던 그들의 수는
조선 시대 초기를 지나 폭발하더니
급기야 임진왜란 직후인 1609년.
한반도 전체 인구의 47퍼센트, 한양 전체 인구 53퍼센트까지 육박하게 된다.
당시 양반들과 평민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이니
저잣거리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이들의 다수인 셈이다.
이런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거리에 나가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절반 이상이 되는 세상을?
절반 이상의 사람들의 삶에서
희망이나 꿈, 전망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고 보편적인 그런 세상을?
절반 이상이나 되는 인생의 값어치가 단지 얼마짜리 돈으로 결정된 그런 세상을?
절반 이상되는 이들의 사람답게 살고픈 바람이 오직 '도망'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세상을?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절반 이상의 사람들'에게
집권하고 있는 세력이 어디인지
왕이 어떤 후궁의 아이를 선택해 후계자를 삼으려 하는지
경쟁하는 또다른 아이와 집안이 어디이며
어떤 암투가 벌어지는지가 과연 자신들의 삶의 지침을 돌려놓을 만큼 중요한 일이었을까?
혹은, 양반들이라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뛰어난 영웅이 나타났다한들
그저 막연히 자신들의 신산스러운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일 뿐
그렇게 대수로운 일이었을까?
이런 세상의 모순이 극에 달했던 때가
드라마 <추노>(推奴)가 그리려는 시대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던 '절반 이상'의 사람들 중에는
한 때 노비였지만 도망쳐 인간답게 살려는 이가 있고
지옥같은 저잣거리에서 스스로의 인간됨을 지키기 위해
노비들을 잡아들이며 맨몸으로 분투하는 이가 있고
노비로 전락해서도 세상을 향한 인간으로서의 소명을 버리지 않으려는 이가 있었다
그리고 나름의 절박한 입장이 서로의 목을 겨누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곤 했었을 터이다.
그 사연 위에 드라마 <추노>의 이야기는 씌여진다.
만약 몇 백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각자의 얼굴을 저 안에서 찾을 수 있다면
우리가 저잣거리를 살아가는 그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화폐가치가 인생의 값어치로 손쉽게 매겨지고
'88만원 세대'라던가, '비정규직 확대'와 같은 문구들로부터 눈길을 떼지 못하는 현재의 모순을
그 시대와 등가로 놓을 순 없다하더라도
맨몸으로 부딪혀 싸우지 않고서는
무엇인가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사랍답게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만큼은 여전하기 때문인지도.
지금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픽션이
지금 이 시대에서 잊혀져가는 것들을 바라보게 만든다면
다른 시대를 다룬 픽션은 필연적으로,
지금 이 시대 그 자체를 바라보게 만든다고 한다.
하여 드라마 <추노>는
왕가와 중신들이라는 날줄과 씨줄이 어지럽게 얽힌 '궁중사극'도,
어느 시대에 갖다 놓아도 특출날 수 밖에 없는 비범한 재주와 포부를 가진 개인들의 '영웅사극'도,
모두 에둘러
시대의 모순을 맨몸으로 부딪혀나갔던 조선 상놈들 이야기
'길바닥 사극'으로 나아가려 한다.
이 안에서, 도달할 수 없는 각자의 절박한 바람들이 어떻게 좌절해 가는지
그리고 그렇게 좌절해가면서도 어떻게 모여 역사가 되어 가는지를 보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2010년인 지금
'도망노비를 쫓는'(推奴) 이유다.
앞으로 추노(推奴)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 사회와 무관하다 할 수 없습니다. 나날이 힘들어져가는 서민생활 갈수록 벌어지는 부익부 빈익빈..... 윗분들은 국회에서 박터지게 싸운다지만 도대체 누굴위해 박터지게 싸우시는지 ...
조선시대의 노비들과 현재 우리사회의 서민들이 동등한 삶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대다부의 사람들이 어려움속에서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상황은 같다고 생각됩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려보지만 진정 그들을 위한 정책이나 도움은 찾아볼 수 없는 시대 그시대가 추노(推奴)의 시대배경과 다르다 할 수 는 없을 것입니다.
추노(推奴)속의 등장 인물들을 보며 각자의 험란한 삶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이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관심있게 지켜 볼만하다 생각됩니다.
이대길역(장혁)
8년전 잘나가던 양반가의 외아들이었으나 여종 언년을 사랑하게 되면서 가문은 풍지박살나고 그때 도망친 언년을 찾아 헤매다 추노가된 이대길 저자에서 실전무술로 무예가 뛰어나고 차갑고 냉정한 듯 보이나 속은 물러서 사람을 향한 가엾은 마음을 무지르지 못하는 인물. 언년을 찾는이유가 사랑인지 복수심인지 조금더 지켜봐야 할듯 한 인물.
송태하역(오지호)
검으로는 조선에서 상대할 자가 없다던 최고의 무장 병자호란시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간 소현세자와 함께 청으로 끌려갑니다.
8년후 조선에 돌아온 소현세자의 독살 후 숙청광풍에 누명을 쓰고 참형 직전 노비 신분으로 전락. 천것의 삶을 보면서 부국강병한 조전을 세우자는 소현세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만 달려가는 인물
업복이역(공형진)
관동 포수로 호랑이 사냥을 다녔던 사냥꾼 선대에 갚지 못한 빚 때문에 노비로 팔려갔으나 노비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 추노꾼 대길에게 잡혀 오른쪽 뺨에 도망노비라는 문신이 새겨집니다. 양반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 때문에 양반을 모조리 죽여 상놈의 세상을 만들자는 일념으로 버티는 인물
황철웅역(이종혁)
송태하와 친구로 나란히 무과에 합격에 훈련원에 들어갔으나 늘 태하의 그늘에 가려 2인자의 자리에 만족해야 했던 인물
2인자의 열등감을 버리지 못하고 송태하에게 누명을 씌워 노비로 전락시킵니다. 자신의 출세에 모든것을 건 인물로 앞으로 송태하와의 관계가 궁금해지는 인물
천지호역(성동일)
이북 최고의 추노꾼이었으나 부하였던 대길이가 조선 최고의 추노꾼이 되면서 자존심과 존재감이 없어진 인물. 대길이 패걸이와 앙숙으로 송태하가 도망친 후 황철웅의 개가 되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인물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추노(推奴) 시청율이 다는 아니지만 벌써 30%를 넘겼습니다. 앞으로 기획의도처럼 2010년인 지금 '도망노비를 쫓는' 이유를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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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분석 그리고 정교한 설명 참 인상적입니다.... 드라마 평론가로써 손색이 없습니다.
2010/01/21 17:46 [ ADDR : EDIT/ DEL : REPLY ]추노~~ 처음에는 별로 였는데.. 보면 볼수록 참 재미나더군요..^^
2010/01/25 14:11 [ ADDR : EDIT/ DEL : REPLY ]댓글쓸때.. 글씨가 안보여요 ㅡㅡ;;; 흰색으로 하신것 같네요...
2010/01/28 12:48 [ ADDR : EDIT/ DEL : REPLY ]그전에도 그랬는데 오늘도 그러네요.
추노를 보지못했지만,,, 사실 tv를 잘 안보네요^^
역활상으로 보면 성동일역이 가장 잼있을것 같아요. 공형진의 비중이 이렇게 많은줄은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요즘 너무 정신없어서...덧글을 이제서야 .ㅠㅜ
2010/02/09 15:12 [ ADDR : EDIT/ DEL ]그리고 덧글글씨 안보이는 것도 이제야 해결했네요. ^^
재밋는 드라마는, 해설도 항상 드라마 만큼 재밌더라구여
2010/03/03 04:08 [ ADDR : EDIT/ DEL : REPLY ]요즘 더 재밌어지는 추노...앞으로 더욱 기대됩니다. ^^
2010/03/03 17:07 [ ADDR : EDIT/ DEL ]